지금도 진행중인 ‘진짜 베를리너’ 찾기 게임이 있다. 독일, 유럽,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베를린.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진짜 베를리너’ 찾기는 마치 사라진 퍼즐 조각 찾기와 같다. (나의 첫 ‘진짜 베를리너’ 목격은 한달 반 정도 걸렸다.)

크리스마스/연휴를 맞이해 약 2주간 수업이 쉰다. 독일 친구들은 가족이 있는 도시로, 이탈리아 친구는 이탈리아로, 크로아티아 친구는 크로아티아로 돌아간다. 결국 베를린에 남은건 딱히 집에 돌아갈 이유가 없는, 혹은 돌아가지 못한 영혼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이들, 베를린에 남은 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디너를 벌렸다. 마침 집 돌아간 플랫메이트 덕에 집이 비었다. 애들을 초대해 요리해 밥을 먹었다.

디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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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멤버 소개:

  • 코소바 친구 – 에피타이저 담당 (브루스케타)
  • 터키 친구 둘 – 메인 요리 담당 (Sarma (포도잎 쌈밥) + 소고기 감자 고추 요리)
  • 파키스탄 친구 – 와인
  • 나 – 디저트 담당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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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버터쿠키 ⚡️ 사실 먹는 것 보다 꾸미는 맛으로 만듬. 참고 레시피


크리스마스 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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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나 조명은 없지만.. 캔들과 와인 정도면 봐 줄만 하지 >:-)

간단한 (허접한) 초상화 카드도 그려 선물했다.

평소엔 주변인 챙기는 데에 한참 부족한 나지만. 오늘만은 너에게 좋은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이 날이 기억 한구석에 새겨 졌으면.



P.s.

1 – 연휴 전 마지막 주부터 기운이 도통 나질 않았어. 25일 당일 아침엔 머리가 지끈거려 도무지 침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 하지만 내가 개최한 디너를 취소할 수는 없어서, 혼자 구석에서 골골대더라도 최소한 장소는 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어. 저녁쯤 다행히 두통이 좀 사그라들어 만찬을 즐겼지 (맥주도 마심 하하).

베를린 생활 3달 반. 홀로 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어. 다채로운 수업에 들뜨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에 심장이 뛰었어. 반면, 소중한 이들과 떨어졌고, 가끔 무식이들의 인종차별에 상처받았어. 마음을 다잡기를 수 번 반복했어. 성장과 상처의 반복에 나도 모르게 너덜너덜 해졌나봐. 나 자신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했나봐.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하니까.. 예민해지더라. 내가 원하는 만큼 좋은 친구가, 동료가, 사람이 되질 못하더라. 괜히 짜증나고 짜증내는 내가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

더 좋은 친구가, 동료가, 사람이 되고 싶다.

2 –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혼자가 아니었어.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더 외로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소외된 이들, 혼자 남겨진 이들, 외면받는 이들을 잊지 않았으면. ‘어떻게’는 나도..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