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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planning for failure, Morty. Even dumber than regular planning."



계획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은 지난 일 년간 배운 것들 :

1 – 계획은 세우되 불안을 진정시키는 용도로 쓰고 머리 뒤편에는 사실 별 의미 없다라는 생각을 심어두자.

미래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인간들은 걱정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위염에 걸리고, 붓고 까칠해지고… (는 내 얘기.. 또륵) 계획을 이용하되 휘둘리진 말자꾸나. 돛단배의 돛 같은 것이니 짓눌리고 떠밀리지 말자구.

2 – 난 어차피 답정너

졸업하고 대학원 가기 전 일 년 동안 뭐할까, 한참 고민했다. 일할까… 걍 놀까… 노는것도 나쁘니 않은데..?

조언 좀 주십쇼 하고 다니니 하나같이 research assistant 구해보라고 한다.?그냥 노는건 어때? 라고 물어보니, ‘니가 원하면 해도 되는데 그래도 그건 좀.. ㅎ’ 이라는 반응이 절대적.?급 불안 & 절박해진 나는 여기저기 RA 자리 물어보러 다닌다.?처음 뵙는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RA 자리 구걸도 한다.

이렇게 불안하고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한 박사과정 학생한테 지나가는 얘기로 슬쩍 털어놓았다. 졸업하고 뭐할 거냐길래, 일 년 동안 RA 로 일하려 한다 했다.?그러자 그분 말하시길, “어차피 RA해도 쩌리처럼 도와주기만 할 텐데, 만약 대학원 붙을 자신 있으면 걍 FUCK IT & 놀아!”

이 한마디 듣고 일 년 놀기로 결정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10명의 현실적인 조언 ««««< (내가 원하는 대답을 준) 1명의 조언 ]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나는 사실 내가 원하는 길에 대한 현실적인 [그리고 다분히 합리적인] 걱정을 잠식시킬, 아슬아슬 시소를 타던 나의 반항기에 1g 을 살포시 추가해줄 [대책없는] 의견을 찾아다녔던 것이었다!

…. 근데.. 진짜 놀 계획으로 RA 지원 하나도 안 했는데.. 교수님이 갑자기 제안하셔서 RA 하게 됐다..

넘나리 좋은 기회여서 정말 감사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구나.. 싶었다..

3. 방향성 > 계획

땅바닥만 보고 빼곡하게 살아나던 지난 수년 보다, 무계획이지만 (일 년 동안 놀기! 빼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명확했을 때에 내 마음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나란 인간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없어도 견고할 수 있지만 뜬구름 잡는듯한 방향성이라도 없다면 위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