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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데이터를 다 썼다. 나란 칠칠이는 며칠 와이파이를 끄고 다녔고… (ㅎ) 사운드 클라우드와 팟캐스트는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기본 음악 앱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아…?

고등학교때 만들어 대학교 1학년까지 업데이트 했던 플레이리스트가 나온다 – 검정치마. The Smiths. 짙은. Birdy. 공일오비. Ra.D.

깊숙히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 속수무책으로 떠오른다, 집에 도착해 그대로 침대로 다이빙해 한참 누워 멍하니 음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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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과 감정은 뇌의 같은 부위 [limbic system] 에서 처리된다. 이 부위는 후각 기관과 맏닿아있다. 그래서 냄새에 연관된 추억과 감정이 특히나 생생하다고. 그래서 프루스트는 차에 담군 마델린을 배어물고 어렸을 적 케이크를 먹던 기억을 장황하게 묘사했고, 아마 그래서 난 갓 구운 빵 냄새를 맡을때면 스페인에서 바게트를 사들고 집으로 총총 걸어오던 소확행이 떠올라 기분이 매우 “유럽스러워“진다. 그리고 난 비에 젖은 산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찜찜해지고, 바다냄새를 맡으면 나른함에 빠져드는 이유도 저 기억 어딘가에 있겠지.

냄새는 본능적으로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반면 소리 – 소리는.. 특별할거 없이 뇌에서 처리된다. 소리기억은 굉장히 후지다고 한다.

근데 음악은 다르다. 냄새는 본능적이다, 그치만 음악은 사람의 창조물이고 창조자이의 일부가 녹여나있다. 그리고 인간의 최고 능력은 1500년 전에 살았던 인물의 창조물을 통해 그와 공감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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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노래는 – 그 때 내 감정, 내 뇌를 쥐어짯던 고민들, 음악에게 받았던 위로, 현실로부터 일시적인 해방감, 노래를 들으며 설래여하고 꿈꾸고 울며 나만의 세계에 잠겼던 순간들 – 이 순간들을 여기 이 곳으로 가져온다.

냄새는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과 본능적으로 엉켜 버린다. 노래는 나만의 의식과 인식을 정교하고 복잡하게 떠올리게 한다.

그냥 오랜만에 들었는데 좋아서 미쳐 버리겠는거,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못 견디겠는거. 너무 좋아서 조금 슬프고 아쉬운거. 그래서 노래에 연관된 이 감정, 노스텔지아가 가장 섬세하고 정교하고 상급인 추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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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많이 어린] 25살의 나는 19, 20살의 내가 듣던 음악을 듣고 이런 감정에 휩쓸리고 이런 추억에 잠긴다. 30살, 40살의 나는 지금의 내가 듣는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경험을 하게될까.

Adoy – Don’t stop; The Internet – it gets better; The Marias – dejate llevar

지금 감정만큼 강렬하고 간질간질한 경험을 하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