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또, 2년을 사서 고생할 예정이다. 이번엔 베를린 어딘가에서. (~˘▾˘)~

올해 가을부터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School of Mind and Brain 에서 뇌과학 석사를 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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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프로그램 짧은 소개

Berlin School of Mind and Brain.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소속 기관이다. 인문학, 행동 과학, 그리고 신경 과학의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년제 석사 학위와 3년제 박사 과정을 제공한다. 모든 연구, 교육, 및 훈련은 영어로 진행된다.

내가 들어가게 될 석사 학위는 interdisciplinary 성향이 짙은 만큼, 학부에서 심리학, 철학, 언어학, 생물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등을 공부한 학생들이 온다.

이 석사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 트랙이 있다: Brain-track, 그리고 Mind-track. Brain-Track 학생들은 뇌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훈련받는 반면, Mind-Track 학생들은 뇌과학 연구에 대한 이론적 또는 철학적 investigation을 하도록 훈련받는다. 난 Brain track.


베를린을 선택한 이유

미국, 홍콩은 석사학위 없이도 박사 학위 프리패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석사를 먼저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심리학 학사 출신인지라, 박사 전 뇌과학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 사실.. 당장 박사를 하라고 해도 뭘 연구할 수 있을지 감도 안온다.

내가 지원한 곳은 다음과 같다:

  • 홍콩: 홍콩대학교 박사
  • 영국: UCL 석사, 옥스포드 석사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심리학 석사, 뇌과학 석사
  • 독일: 훔볼트대학, 자유대학, 울름대학, 본 대학교 석사 (모두 뇌과학)

홍콩대학 박사는 연구 분야가 안맞아 거절했고 (박사 거절하고 석사하는 얼간이가 바로 나) 영국 UCL 석사는 말도 안되게 비싸 거절했다 (일년에 사천만원 😀 장학금도 안준다 😄 옥스포드는 떨어졌다 😭). 독일 시골마을 울름 대학교는.. 인천도 답답한 나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거절했다. 본 대학교는 떨어졌다.


최종 후보 3곳 비교

이리하여, 저번 달 까지 고민했던 최종 후보 3곳은 이랬다:

암스테르담 대학교 뇌과학/심리학 석사 베를린 자유대학교 (FU) 뇌과학 석사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HU) 뇌과학 석사 암스테르담. 처음엔 암스테르담이란 도시의 로망에 취해 그 곳으로 가려 했다. 모든게 허용된다는 그 도시! (워후) 암스테르담 대학교 심리학은 세계적으로 알아주고, 내가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도 계신다. 하지만 장학금을 받아도 학비가 비싸다 (심리학 석사, 1년에 약 1천5백만원). 물가도 비싸다. 뇌과학 석사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학비 + 심리학이라는 (뇌과학이 아닌) 전공 때문에 놓아주었다.

독일. 일단 독일은 뇌과학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고 좋은 연구소도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막스 플랑크). 베를린의 자유대 & 훔볼트대 모두 독일에서 뇌과학으로 손 꼽힌다. 거기에 학비 무료. 베를린은 물가도 저렴. 집세 폭등이라고 하지만 홍콩에서 5년 살다온 (코딱지만한 방 한칸에 백만원 냈던) 나로썬 저 정도면 겁나 적절한데? 암스테르담-바래기 였던 내가 뒤늦게 알아보고 급히 지원했던 곳이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지원 안 했으면 큰일 났을 뻔했어.

홍콩과의 간극도 매력적이다. 금융의 도시 홍콩에서 문화예술에 한참 굶주렸다. 금융시장을 잘 몰라 대화에 끼질 못하는 것에 지쳤고, 사람 마음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특이한 사람 취급 받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베를린의 언더그라운드 예술 씬, 문화예술이 미치게 매력적이다. 확연히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젊을 때, 어릴 때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흡수하고 싶다.

또, 주변 사람들 간증 및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받은 인상은 암스테르담은 역동적, 프로페셔널, 그리고 꽤 상업적인 도시. 반면 베를린은 비교적 chill 하고 힙(..?)한 곳. 둘다 좋음. 근데 지금은 후자가 쪼금 더 끌린다.

환상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결국 사람 사는거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적응 잘 하겠지 뭐.


훔볼트를 선택한 이유

마지막 대결: HU (훔볼트) vs. FU (자유대). 두 학교 모두 커리큘럼, 교수진 훌룡하지만 훔볼트 대학교로 마음이 기운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Interdisciplinary focus. 자유대는 포커스가 비교적 명확하다 (social, cognitive, affective neuroscience). 반면 훔볼트는 다양한 discipline의 융합에 무게를 더 둔다. 난 cognitive science, philosophy of mind, computational modeling 등 여러 분야를 탐구하고 싶기에 훔볼트가 더 끌렸다.

둘, 위치. 지난 6년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뼛속까지 도시사람..!!! 여행 가서 외곽에 숙소를 잡았다가 이틀만에 시내로 숙소 옮긴적이 몇 번. 스페인 시골에서의 교환생활은 너무나 갑갑.. 홍콩대학교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든건 중심지에 있다는 것. 자유대는 베를린 구석 산속에 있다고 한다. 훔볼트 대학교는 시내 중심에 있다. 그래 답은 훔볼트다!!



이제 현실을 마주할 차례이다. 서류 준비, 집 구할 준비, 으악 벌써 머리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