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5, 2018 | Milepost

유난히 길었던 8월의 몇 조각

1 –

왠지 다들 습관처럼 뱉는 말 – 시간 참 빨리간다 그치.

2018년 8월의 시간은 느릿느릿.

‘긴 인생을 사는 법’은, 운동을 하고 채소를 먹고 담배를 피지 않음으로써 삶의 연장을 도박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을 다채롭고 풍미있게 살아내는 것. 1의 하루에 100의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겠지.

이런 의미에서 굉장히 긴 한달이었다.

[내가 그림을 다시 그렸다는게 그 증거]

일정에 쫓기지 않지만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던

시간의 흐름이 적당해서 편안히 파도타기를 할 수 있던 한달이었다.

이런 한달을 자주 마주한다면 참 좋겠는데.

2 –

기숙사에서 받아줄 수 없는 신분으로 레벨업을 한 탓에 자취를 시작.

월급의 절반 조금 안되는 금액을 월세로 갖다 바치고 있지만

뭐랄까,

내가 나도 모르게 나만의 공간을 소망해왔구나, 싶다.

[떨어진 화장실 커튼에 머리를 맞았고, 분위기 좋은 루프탑에서 같이 맥주 할 사람 급구, 그리고 옥상에 있는 세탁기에는 세탁시간이 안 적혀있어 두시간 반 동안 네번이나 옥상까지 걸어 올라갔다 왔지만]

마음이 굉장히 안락하다…

가만히 누워 멍때리다 보면 나의 공간이 나를 감싸는 듯한 기분에 정신이 느릿느릿해진다.

3 –

Phum Viphurit & Mellow Fellow Concert. @ This Town Needs, by Gluestick.

[이 날의 하이라이트: 공룡!! 오졌다!! 으아아!!]

펌 비푸릿은 정말로 잘생겼지만 기타와 베이스는 멋졌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정말 멋져.

4 –

일주일동안 들린 한국.

친구들과 떡볶이. 떡볶이. 떡볶이!!

5 –

‘내가 좋아하는 것들’ 리스트 충전

>>Parallel worlds 완독!

“We often fail to appreciate how precious life and consciousness really are. We forget that something as simple as liquid water is one of the most precious substances in the universe, that only Earth (and perhaps Europa, a moon of Jupiter) has liquid water in any quantity in the solar system, perhaps even in this sector of the galaxy. It is also likely that the human brain is the most complex object nature has created in the solar system, perhaps out to the nearest star. When we view the vivid pictures of the lifeless terrain of Mars or Venus, we are struck by the fact that those surfaces are totally barren of cities and lights or even the complex organic chemicals of life. Countless worlds exist in the deep space devoid of life, much less of intelligence. It should make us appreciate how delicate life is, and what a miracle it is that it flourishes on Earth.”

느낀 점 하나. 이토록 광활하고 정교하고 심오한 우주, 그리고 여기서 탄생한 지적 생명체, 우리의 의식.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한계를 당면하게 된다. 동시에 우리의 지능과 의식이 얼마나 드물고 경이로운 것인지 감탄하게 된다.

느낀 점 둘. 상식적으로 평행우주는 존재해야해.

2018년 7월의 일기 중: “불안해. 내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걸까봐. 넌 잘 하고 있어, 라는 말은 위로가 안돼. 지금보다 잘 – 이 아닌 – 지금하고 다른 –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 삶; 살 수 있었지만 살고 있지 않은 그 삶의 supposed[가정의] 존재 가능성이 불안한 거니까. 이렇다면 평행세계는 가능할 수밖에 없어. 가능해야 해. 왜냐면 나의 삶은 수 많은 가능성이 있었고, 있을거거든. 그게 다 사라지는건 말이 안돼.”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친구가 선물해준 페미니즘 책.

이 친구는 어쩜 나에게 딱 필요한 책들과 시간과 말들을, 완벽한 시기에 전해줄까.

>>새로 읽기 시작한 책: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해부하는 것이 완전?내 스타일이야.

인간실격, 달과 6펜스와 덩달아 내 새로운 favorite novels list 에 들어갈 각.

>>Rick and Morty 아 진짜 이건 그냥 천재 아 진짜 너무 좋아 97시즌 남았어 가즈아!!!!!

>>Gauguin. 연보라를 좋아하던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좋아한 그의 세계와 색채.

지금 나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고갱의 Landscape with peacocks.

5.1 –

나 자신에게 준 생일선물 (을 핑계로 돈지랄).

말이 필요있나 내 애기 사랑해 ♥

6 –

가자마자 쌀 씻었던 통역알바.

하나.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다시한번 짚어보게 되었다.

둘. 이틀의 기간동안 여러 개의 만남. 단기적 인연과 어쩌면 장기적일 인연.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갈까.

  • 1. 화장실 커튼이 몇 번이고 떨어지고, 그럴 때마다 내가 맞아도 좋으니 루프탑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네요..
    2. 인간실격은 내가 읽고 실망한 몇 안되는 일본소설 중 하나. (번외로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이 있음.)
    3. 나는 원래 보라색과 검은색을 좋아했으나 최근 쨍한 단색들과 초록색에 빠져있다. (tmi)
    4. 근래의 나는 고전에서 (여러가지의) 답을 찾으려고 하는 중. 그래서 집에 있는 인문한 서적을 몇 가지 들춰보다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며칠 전 구매했고. 현재 60쪽 정도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1도 몰으갯습ㄴㅣ다…
    5. ‘설명을 거치고 나면 말은 얼마나 힘을 잃는가.’ 최근 읽은 책에서 가장 내 머릿속을 강하게 울린 문장. 어떤 말인지 너 역시 나만큼 공감하고 이해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감정을, 우리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할 수록 우리가 원래 의도했던 바는 퇴색되고 지쳐버리기 마련이죠.

    이러나 저러나
    이만하면 우린 좋은 어른이 되기 충분하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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